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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영혼 / 김영민 지음 / 글항아리
무언가를 향한 대중의 열광은 그 무언가가 우리 사회에 결핍돼 있음을 방증한다. 인문학 열풍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에 필수 교양으로 여겨졌던 인문학은 우리가 물질의 풍요를 추구하는 사이에 찾아온 정신적 빈곤을 채울 대안으로 ‘소비’되고 있다. 각 대학이 인문학을 홀대하고 실용학문을 강화하는 동안, 인문학은 오히려 대학 밖에서 대중의 갈증을 풀어줬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학 관련 학과를 통합하거나 폐지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대규모 인문학 강좌가 열리는 기묘한 풍경이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이 같은 ‘소비’가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자아 성찰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가. 우리가 ‘소비’로 얻는 것은 기호품을 소비하며 느끼는 잠깐의 위안과 비슷한 무언가가 아닐까. 우리는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불편한 질문을 던질 준비가 돼 있는가. 철학자 김영민이 쓴 ‘자본과 영혼’은 불편한 질문을 때로는 현학적으로, 때로는 수다스럽게 던지며 소비자로서의 인간을 탐색한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의 범위는 정치, 사회, 언론,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다. 전작 ‘집중과 영혼’을 통해 집중이 인간을 숭고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던 저자는 이번엔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너무 적게 질문하지 않는가”라고 일갈한다.
우리가 뉴스의 상투적인 표현인 ‘일부’라는 단어에 숨어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그 시작이다. 뉴스는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일삼고, 신성한 병역 의무를 회피하며, 아내에게 손찌검하는 몰지각한 사람들을 ‘일부’라고 부른다. 저자는 그들을 자신과 구별하는 일이 진실을 회피하는 태도가 아니냐고 묻는다. 저자는 “우리 시대의 인문학은 정신문화적 자존심의 얼굴마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며 사람들이 자신의 사적 욕망과 허세를 위해 인문학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좋아한다는 것은 곧 죽이는 것”이란 저자의 주장은 흥미로우면서도 불편하다. 저자는 치킨을 좋아한다는 말은 곧 닭을 죽인다는 뜻이며, 산과 물을 좋아한다는 말은 그곳을 훼손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생각의 관계를 다시 한 번 검토하게 한다. 인간은 다른 존재를 죽이지 않고는 하루도 살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최소한 그 죽임의 방식에선 인간다워지기 위한 노력과 예의가 필요하며, 화폐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사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우리의 일상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288쪽, 1만5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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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5-0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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